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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 기업을 평가할 때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2026. 6. 19. 07:35ESG

리스크랩연구소, 김훈 박사
-산업안전 · Safety-IV · ESG 리스크 전략 연구소
-사고발생 이전 개입을 연구하는 Safety-IV 플랫폼
-Safety-4 :사고를 사건이 아니라 ‘상태의 붕괴’로 다루는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




투자자들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기 전에 재무실사(Financial Due Diligence)를 수행한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는가, 영업이익은 안정적인가, 부채비율은 적정한가를 분석한다. 법무실사(Legal Due Diligence)를 통해 소송과 규제 위험을 확인하고, 세무실사를 통해 잠재적인 세금 문제도 점검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지금 위험한 상태인가?"

많은 기업들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훌륭한 재무성과를 보여준다. 매출은 증가하고 수주는 넘쳐나며 투자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인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비예산은 삭감되고 있다. 공정변경은 늘어나고 있다. 숙련된 협력업체는 교체되고 있다. 근접사고 보고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경영효율화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Safety-IV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조직이 사고 이전 위험구간(Pre-Accident Window)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사고를 하나의 사건(Event)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사고는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사고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조직의 위험 상태(Risk State)가 어느 임계점을 넘어설 때 발생한다. 사고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문제는 현재 투자시장에 이러한 위험 상태를 평가하는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과거를 본다. 그러나 미래의 사고 가능성은 재무제표에 기록되지 않는다. 영업이익 증가 뒤에 숨어 있는 생산 압력은 보이지 않는다. 비용절감 뒤에 숨겨진 인력감축의 영향도 보이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 뒤에 존재하는 방어체계 약화 역시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기업의 위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구조적 압력(Structural Pressure), 운영 복잡성(Operational Complexity), 정보 감쇠(Information Attenuation), 통제 역량(Control Capacity)을 분석하여 조직이 현재 어느 위험 상태에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다면 투자 판단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재무실사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한다면, 위험상태 실사(Risk-State Due Diligence)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 개념은 안전 분야를 넘어 ESG 영역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ESG 평가는 대부분 후행지표에 의존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점수가 하락하고, 환경사고가 발생하면 등급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이미 발생한 사건을 평가한다. 그러나 투자자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이미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 위험상태 평가는 후행지표가 아니라 선행지표다.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을 본다. 결과가 아니라 상태를 본다. 이는 안전관리의 영역을 넘어 투자와 경영, ESG와 기업 거버넌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다.

미래의 기업평가는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는 재무적으로 건전한가?
두 번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세 번째는 현재 위험한 상태인가?
지금까지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존재했지만 세 번째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재무제표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고는 이미 시작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진정한 경쟁력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 조직의 위험 상태를 읽어내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안전은 더 이상 현장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은 조직의 상태를 읽는 능력이며, 경영의 문제이고, 투자 판단의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거버넌스의 문제다. 어쩌면 미래의 투자자는 재무제표보다 먼저 조직의 위험 상태를 평가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