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2. 06:53ㆍ안전칼럼
리스크랩연구소, 김훈 박사
-산업안전 · Safety-IV · ESG 리스크 전략 연구소
-사고발생 이전 개입을 연구하는 Safety-IV 플랫폼
-Safety-4 :사고를 사건이 아니라 ‘상태의 붕괴’로 다루는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38분.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던 성수대교의 중앙부 약 48m 구간이 갑자기 붕괴했다. 출근 시간이었다. 다리 위를 지나던 버스와 승용차들이 한강으로 추락했고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대한민국 산업화 이후 발생한 가장 충격적인 사회기반시설 재난 가운데 하나였다. 사고 직후 사람들은 물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조사 결과 교량 상판을 지지하던 트러스 연결부의 용접 불량이 발견되었다. 일부 용접은 설계 기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공 단계부터 구조적 결함이 존재했던 것이다. 만약 여기서 조사가 끝났다면 성수대교는 단순한 시공불량 사고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수대교는 개통 직후 무너진 다리가 아니었다. 1979년 개통 이후 약 15년 동안 사용되던 교량이었다. 만약 용접 불량만이 원인이었다면 왜 15년 동안 붕괴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왜 붕괴 직전까지 아무도 위험을 막지 못했을까.
실제로 사고 이전부터 수많은 경고 신호가 존재했다. 교량 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되었고 연결부 변형도 보고되었다. 상판의 처짐과 진동 증가도 관찰되었다. 반복적인 보수공사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사고 당일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994년 10월 21일 새벽, 교량 상판 이음새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서울시는 이를 덮기 위해 세로 1.3m, 가로 2m 크기의 철판을 설치했다.
실제로 오전 0시 20분경과 오전 2시 30분경 성수대교를 통과한 운전자들은 상판 이음새 위에 철판이 깔려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더 심각한 것은 사고 당일 오전 6시경 한 운전자가 이음새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어진 것을 발견하고 서울시에 직접 신고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구조적 이상징후가 일반 시민의 눈에도 명확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교통 통제나 차량 진입 금지와 같은 긴급 안전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위험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위험은 보고되었고, 관찰되었으며, 심지어 시민이 직접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적절한 의사결정과 개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성수대교 사고의 본질은 용접 불량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위험 신호가 존재했음에도 그것을 중대한 위험으로 해석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있었다. 위험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되었고, 붕괴 직전까지도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조직은 그 신호를 읽지 못했고, 읽었더라도 행동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것이 성수대교 사고가 대한민국 안전관리 역사에서 유지관리 실패(Maintenance Failure)의 대표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다.
1967년 실버 브리지 붕괴가 안전공학에 "무엇이 부러졌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면, 성수대교는 "왜 무너질 때까지 방치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실버 브리지 이후 안전공학은 신뢰성 공학(Reliability Engineering)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재료는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균열은 얼마나 성장하는가. 부품은 언제 고장나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파괴역학, 피로설계, 비파괴검사, 구조건전성평가가 발전한 것도 이 시기였다. 그러나 성수대교는 또 다른 사실을 보여주었다. 구조물은 설계만으로 안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고, 피로가 누적되며, 균열은 성장한다. 결국 안전은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유지관리의 문제가 된다.
성수대교 사고 이후 대한민국의 안전관리 체계는 크게 변화했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정밀안전진단 제도가 강화되었다. 정기점검과 정밀점검 체계가 도입되었으며 교량, 터널, 댐과 같은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재정비되었다. 안전의 초점이 "잘 만들었는가"에서 "계속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균열 자체가 사고를 만든 것은 아니다. 사고를 만든 것은 균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관리체계였다. 성수대교의 위험은 발견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것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전학의 질문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고 원인은 더 이상 강철과 콘크리트 같은 재료와 기술의 문제에만 머물 수 없었다. 점검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유지보수 예산은 충분했는가. 위험 정보는 의사결정자에게 전달되었는가. 반복되는 이상 징후는 왜 중대한 위험으로 해석되지 않았는가. 성수대교 이후 안전학의 관심은 기술적 결함에서 인간의 판단, 관리체계, 그리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리스크랩의 관점에서 보면 실버 브리지는 공학적 실패 패러다임(Engineering Failure Paradigm)을 대표하는 사고로 안전은 구조물의 신뢰성을 높이는 문제였다. 반면 성수대교는 유지관리 실패 패러다임(Maintenance Failure Paradigm)을 대표한다. 안전은 더 이상 구조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 신호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얼마나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늘날 Safety-IV의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성수대교의 진짜 질문은 단순히 왜 균열을 발견하지 못했는가가 아니다. 왜 조직은 그 균열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동했는가이다. 왜 반복되는 경고 신호가 정상으로 받아들여졌는가. 왜 위험 정보는 의사결정으로 연결되지 못했는가. 왜 개입의 기회는 계속 사라졌는가? 이다.이것이 Safety-IV가 던지는 질문이다.
구조물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붕괴 이전에는 언제나 균열이 있고, 변형이 있으며, 경고가 존재한다. 문제는 위험 신호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다. 실버 브리지가 "무엇이 부러졌는가"를 묻는 시대를 열었다면 성수대교는 "왜 부러질 때까지 방치되었는가"를 묻는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오늘날 Safety-IV는 다시 질문을 확장한다.
"왜 조직은 그 위험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이동했는가." 성수대교는 단순히 다리가 무너진 사고가 아니다. 위험을 방치하는 조직이 어떻게 재난을 만드는지를 보여준 대한민국 안전관리의 전환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