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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차도 붕괴가 남긴 질문 — 안전은 작업을 관리하는 것인가, 상태를 관리하는 것인가

2026. 5. 29. 08:28안전칼럼

리스크랩연구소, 김훈 박사
-산업안전 · Safety-IV · ESG 리스크 전략 연구소
-사고발생 이전 개입을 연구하는 Safety-IV 플랫폼
"Safety-4 는 사고를 사건이 아니라 ‘상태의 붕괴’로 다루는 새로운 안전관리 패러다임이다"


2026년 5월 26일 오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구조물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현장소장, 감리단장, 구조기술사 등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전문가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서울시 관계자와 일반 시민도 부상을 입었다. 많은 사람들은 사고 이후 "왜 붕괴되었는가"를 묻는다. 어떤 부재가 먼저 파괴되었는지, 어떤 절단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어떤 구조 계산이 잘못되었는지를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모두 사고 이후의 질문이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위험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는가." 이것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사고 당일 새벽 철거 작업 과정에서 약 2.9cm의 처짐이 발생했다. 구조공학적으로 처짐은 구조물 내부의 하중 전달 체계(load path)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로 철거 중인 노후 구조물에서는 매우 위험한 상태 변화를 의미한다. 즉 사고는 오후 2시 33분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처짐이 발생한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현장의 대응은 즉시 철수나 전면 작업중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문가들이 직접 공중비계 위로 올라가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 선택되었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들어간 사람들이 위험에 의해 희생되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안전전문가의 안전불감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구조기술사는 누구보다 구조물의 위험성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이 위험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해석하는 방식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 안전관리는 작업 중심(Activity-Based) 관리체계 위에 구축되어 있다. 작업허가서를 발행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TBM을 수행하고, 감리 승인을 받으면 작업은 진행된다. 즉 안전관리의 초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사고는 작업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태 때문에 발생한다. 작업허가서가 존재하더라도 구조물이 붕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이미 위험한 상태다. 반대로 위험작업이라도 구조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작업 자체가 아니라 작업이 수행되는 시스템의 상태다.

이것이 리스크랩연구소가 제안하는 Safety-IV와 DCS(Dynamic Control Structure, 동적제어체계)의 출발점이다. Safety-IV는 사고를 사건(event)이 아니라 상태(state)의 붕괴로 본다. 사고는 마지막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위험 상태가 임계점을 넘어설 때 나타나는 결과다. 따라서 안전관리의 목표 역시 사고 예방이 아니라 위험 상태의 통제가 되어야 한다.

DCS는 바로 이러한 철학 위에서 만들어진다. DCS는 작업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서소문 사고를 DCS 관점에서 보면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절단 작업을 수행했는가?" 가 아니라 "현재 구조 응력 상태는 어떠한가?" "처짐 증가 속도는 얼마나 되는가?" "구조 강성(stiffness)은 감소하고 있는가?" "하중 전달 체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현재 위험 상태는 안전 영역인가, 위험 영역인가?"가 된다.

이러한 상태 정보는 더 이상 사람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AI 기반 구조건전성 모니터링(SHM), 디지털 트윈, 변형률 센서, 진동 분석, 실시간 계측 데이터가 통합되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상태 감시보다 상태 통제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도 계측은 수행한다. 문제는 계측 결과가 자동으로 통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태를 측정하지만 상태를 제어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원전에서는 노심상태가 특정수치를 넘으면 운전원이 판단하지 않아도 자동정지한다.  항공기 역시 엔진에 이상 상태가
발생하면 조종사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정해진 절차대로 운항을 중단한다. 석유화학 플랜트에서는 압력, 유량,  온도, 농도가 설정치를 넘으면 DCS가 자동개입 된다. .이를 상태기반의 통제(state-based control)라고 한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는 2.9cm의 처짐이 발생해도 전문가를 불러 점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건설은 아직 대부분 상태 기반이 아니라 서류 기반이다. 예를 들면 작업허가서 있고, 구조검토를 완료했으며 안전회의가 실시되었으면 작업은 진행된다. 즉 실시간 상태를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Safety-IV와 DCS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왜 사람이 위험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가야 하는가. 왜 위험 상태가 발생하면 시스템이 먼저 통제하지 않는가. 왜 위험 신호는 작업중지로 연결되지 않는가. 왜 상태보다 일정이 우선되는가.

서소문 사고는 단순한 철거공사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안전관리 체계가 여전히 상태중심(Stare-Based) 이 아니라 사건 중심(Event-Based)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앞으로 노후 인프라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교량, 터널, 철도, 플랜트, 산업시설 대부분이 고령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미래의 안전 문제는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후 구조물의 상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제 안전은 점검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은 상태를 읽는 능력의 문제다. 그리고 미래의 경쟁력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아니라, 사고 이전 위험 상태를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개입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무너졌다. 그러나 진정으로 무너진 것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위험 상태를 관리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안전은 문화가 아니다. 안전은 의사결정 구조다. 그리고 Safety-IV와 DCS는 바로 그 의사결정 구조를 상태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