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22. 16:51ㆍX

Ronald Westrum은 조직 문화를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정보가 흐르는 방식으로 정의한 사회학자다. 그는 항공, 의료, 군 조직을 연구하며 하나의 핵심 구조를 밝혀냈다. 조직의 안전 수준은 규정이나 기술이 아니라, 정보가 어떻게 생성되고 전달되며 처리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병리적 조직(Pathological), 관료적 조직(Bureaucratic), 생성적 조직(Generative)이다. 이 구분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사고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하는 구조다.
병리적 조직에서는 정보가 숨겨진다. 문제를 보고하면 처벌받고, 실패는 개인 책임으로 전가된다. 사람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이 조직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다. 위험은 존재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다.
관료적 조직에서는 정보가 존재하지만 흐르지 않는다. 보고는 이루어지지만 형식적이며, 부서 간 전달 과정에서 지연되고 왜곡된다. 규정과 절차는 많지만 실제 의사결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 조직에서는 사고가 반복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보는 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성적 조직에서는 정보가 적극적으로 공유된다. 문제는 숨기는 대상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신호로 인식된다. 부서 간 경계는 정보를 막지 않으며, 위험 신호는 즉시 상위 의사결정으로 연결된다. 이 조직에서는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빠르게 통제된다.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개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사고의 본질이 드러난다. 사고는 정보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Near miss가 보고되지 않거나, 보고되더라도 해석되지 않고, 해석되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 조직은 위험 상태에 진입한다.
이 관점은 Safety-IV와 정확히 연결된다. 사고는 사건이 아니라 상태다. 그리고 그 상태는 정보 흐름의 밀도와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통제밀도가 낮아지고, 인터페이스가 증가하며, 의사결정 여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보가 흐르지 않으면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Westrum의 이론은 Amy Edmondson의 심리적 안전과도 연결된다. 사람들이 말할 수 있어야 정보가 생성되고, 그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해야 조직은 위험을 인식할 수 있다. 결국 안전은 개인의 주의력이 아니라, 정보가 생성되고 전달되는 구조의 문제다.
CEO가 이해해야 할 메시지는 명확하다. 안전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데이터가 의사결정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정보가 얼마나 빠르게, 왜곡 없이, 행동으로 이어지는가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조직은 정보를 숨기고 있는가, 전달하고 있는가, 활용하고 있는가. Ronald Westrum이 보여준 것은 단순하다. 조직의 수준은 문화가 아니라 정보 흐름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안전은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살아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