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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터먼, 사고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보다

2026. 6. 18. 06:28안전칼럼

리스크랩연구소, 김훈 박사
-산업안전 · Safety-IV · ESG 리스크 전략 연구소
-사고발생 이전 개입을 연구하는 Safety-IV 플랫폼
-Safety-4 :사고를 사건이 아니라 ‘상태의 붕괴’로 다루는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


존 스터먼(John Sterman)은 안전을 직접 연구한 학자는 아니다. 그는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 연구자다. 하지만 오늘날 산업재해와 중대사고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우리는 원인을 찾는다. 어떤 설비가 고장 났는지, 누가 실수했는지, 어떤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터먼은 조직이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조직을 수많은 피드백이 연결된 순환 구조로 이해했다. 생산량을 늘리면 매출은 증가하지만 동시에 작업부하도 증가한다. 작업부하가 늘어나면 피로가 쌓이고, 피로는 오류를 증가시키며, 오류는 사고 위험을 높인다. 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생산은 감소한다. 즉 조직은 직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스터먼은 이를 피드백(Feedback)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은 지연(Delay)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오늘 내린 결정의 결과가 곧바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력을 줄여도 당장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교육을 축소해도 즉시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유지보수를 미뤄도 설비는 한동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몇 달 뒤, 때로는 몇 년 뒤에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미래의 사고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스터먼은 이를 동태적 복잡성(Dynamic Complexity)이라고 불렀다.

사고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원인이 많아서가 아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시간적·구조적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이 관점은 안전관리에서 특히 중요하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조직은 교육을 강화하고 점검을 늘리고 규정을 추가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된다. 스터먼은 여기서 질문을 바꾼다. "왜 사고가 발생했는가?"가 아니라 "왜 이 조직은 같은 사고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다.

실제로 많은 중대재해는 마지막 순간의 실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공기 단축, 인력 감축, 작업 변경 증가, 동시작업 확대, 신규인력 급증, 보고 감소, 근접사고 은폐와 같은 현상은 각각의 순간에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장기간 누적되면 조직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형성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스템은 더 이상 그 압력을 흡수하지 못한다. 사고는 그때 비로소 드러난다.

스터먼은 이러한 현상을 정책 저항(Policy Resistance)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이 사고방식은 오늘날 Safety-IV와도 깊게 연결된다. Safety-IV는 사고를 하나의 사건(Event)이 아니라 시스템 상태(State)의 붕괴로 바라본다. 그리고 스터먼은 오래전부터 그 상태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구조를 설명해 왔다.

생산 압력이 증가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작업 변경이 늘어나면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가. 신규 인력이 급증하면 조직은 어떻게 변하는가. 왜 정보는 전달 과정에서 감쇠되는가. 왜 조직은 위험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가. 왜 개입 가능한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리스크랩의 관점에서 스터먼의 가장 큰 공헌은 사고의 원인을 찾는 시선에서 벗어나 사고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고는 마지막 실수가 아니다. 사고는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의 결과다. 오늘의 결정은 내일의 상태를 만들고, 그 상태는 결국 미래의 사고 가능성을 결정한다. 존 스터먼은 안전을 연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안전이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언어 가운데 하나를 남겼다. 어쩌면 안전의 미래는 사고 원인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Safety-IV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상적 토대가 된다.